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름다운 사진을 보면 사진 속 장소에 가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실제 그 장소에 가면 실망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사진가의 예술적 감각과 보정 프로그램이 결합하여 환상적인 이미지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반면 육안으로 보이는 것은 아름다운데 실제 사진은 그 아름다움의 십분의 일도 담지 못할 때가 있다. 하이원의 샤스타 데이지 길은 후자에 속한다.
곤돌라를 타고 정상으로 오르는 내내 사진 찍는 것도 잊은 채 “와아” 소리만 반복했다. 발아래 풍경은 하얀 별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 또 하나의 하늘이었다. 축구장 넓이(7천140㎡)의 119배에 이르는 스키 슬로프 구간마다 흰색 데이지가 거대한 폭포처럼 흐르고 있었다. 홋카이도의 카미후라노 칸노 팜이 정교하게 가꾸어진 정원이라면 하이원 데이지 꽃길은 드문드문 야생화와 어우러진 풍경이 자연스럽다. 그래서 더욱 정겹다.
셔터를 누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그것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을 고물 카메라로 온전히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기도 했다. 도구를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나 이십 년이 되어가는 카메라와 렌즈, 거기에 노안으로 초점이 흔들리는 카메라 주인이 결탁하여 나는 흘러가는 풍경 앞에 망연히 서 있었다. 정상에 가까워졌을 때야 화들짝 놀라 5년 된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해발 1천340m의 정상에는 안개비 속에서 각시붓꽃이 수줍게 피어있었다. "여기는 아직 봄이구나."
하이원의 백미는 숙소에서 바라보는 조망이다. 아침에 일어나 무심코 커튼을 젖혔다. 눈앞으로 운무가 지나간다. 겹겹이 둘러싸인 산 능선은 솜씨 좋은 화가가 그려놓은 산수화다. 일출의 여운이 남아 있는 구름 사이로 멀리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저기는 태백산 어디쯤일까, 혼자 생각한다. 수 분 사이로 다양한 수묵화가 슬라이드 영상처럼 눈앞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슬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천공의 성에 있는 기분일 게다.
올 여름휴가 어디로 갈까 고민 중이라면 하이원리조트를 강추한다. 맘껏 걷고, 맘껏 쉬고, 맘껏 느껴보시라.
하이원리조트 :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하이원길 424
사진.글 최지송 <저작권자 ⓒ 쿨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관련기사목록
|